파산 한 달 전 근저당등기 — 채무초과만으로 등기를 부인하지 못했다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부인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등기는 파산신청 약 한 달 전에 마쳐졌고 채무초과 규모도 컸다. 1심은 관재인의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항소심은 무엇을 부인 대상으로 삼았는지와 지급정지의 증거를 다시 살폈다.

대전지방법원은 2021. 1. 21. 선고 2020나102967 판결에서 1심을 취소하고 청구를 기각했다. 관재인이 대상으로 든 것은 근저당 설정계약이 아니라 그 등기였다. 법원은 등기행위를 원인계약과 분리해 독자적으로 다툴 때에는 등기만의 부인을 정한 엄격한 요건에 맞춰야 한다고 보았다. 일반적인 사해행위 부인 규정으로 그 요건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시점도 중요했다. 등기는 파산신청 전에 이루어졌으므로 신청 뒤 등기라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청 전에 이미 지급정지가 있었는지가 문제인데, 단순히 채무가 재산보다 많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지급정지는 자력이 없어 일반적 · 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음을 밖으로 드러낸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채권자의 독촉, 거래정지나 집행 등 외부 표시를 인정할 자료가 없고 주거래은행이 대환대출도 실행한 사정을 살폈다. 등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신청을 했고 채무초과가 컸다는 사실만으로 등기 당시 지급정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론은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이 판결은 파산 전에 한 담보등기가 언제나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급정지 사실과 상대방의 인식, 원인행위와 등기 사이의 기간 등 법이 정한 다른 요건이 충족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계약을 부인하는 사건과 등기만을 부인하는 사건을 섞어서는 안 된다.

담보권자나 관재인은 설정계약일, 등기일, 지급정지를 보여 주는 자료와 파산신청일을 시간순으로 놓아야 한다. 파산 직전이라는 인상만으로 법률요건을 대신하면 실제 재판에서는 부인 대상부터 다시 정리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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