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망하자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고 아내는 한정승인을 했다. 아내는 상속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등기한 뒤 자기 채권자에게 채권최고액 1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남편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채권자는 상속재산 한도에서 5억원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 채권자가 판결금 중 2억원을 청구금액으로 경매를 신청했다. 그런데 배당표에는 아내의 근저당권자에게 1천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를 일반채권자에게 나누도록 적혔다. 남편의 채권자는 이 배당에 이의를 제기했고 원심은 그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18일 선고한 2007다7778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원심을 파기했다. 남편의 빚을 받으려는 사람과 아내 개인의 빚을 받으려는 사람의 충돌이었지만, 아내 쪽 채권자가 담보권을 취득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다수의견은 한정승인으로 상속인의 책임이 상속재산에 한정되더라도 상속재산의 처분 자체가 당연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한정승인만으로 상속채권자가 상속재산에 새로 설정된 담보권보다 우선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결국 담보권자와 상속채권자의 순위는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한정승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당을 뒤집을 수 없었다.
반대의견은 상속채권자가 아내 개인의 재산에 집행할 수 없는 것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보았다. 상속재산만큼은 남편의 채권자가 먼저 변제받아야 한정승인 제도의 취지에 맞는다는 견해였다.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담보 없이 강제집행하는 개인 채권자와, 상속인의 처분으로 담보권을 얻은 채권자를 구별했다.
이 판결을 아내 개인의 모든 채권자가 상속재산에서 먼저 돈을 받는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담보권의 존재와 설정 시점, 청구채권의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 상속채권자라면 승소판결을 받아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이후의 담보권을 무시할 수 없고, 등기 변동과 별도의 재산분리 등 보호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