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점포 대신 옆방에서 영업했다면 월세는

불이 나서 빌린 점포를 쓰지 못했지만, 임대인이 내준 옆 사무실에서 임시로 영업을 계속했다면 그 기간의 월세를 전부 거절할 수 있는지는 실제로 영업할 수 있었던 정도에 달려 있다. 계약에서 정한 영업 목적이 판단 기준이다.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44778, 44785 판결의 임차인은 점포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화재로 그곳에서 진료할 수 없게 되자 임대인이 내준 비슷한 크기의 옆 사무실에서 한동안 환자를 봤고, 이후 다른 장소로 옮겼다. 원심은 불이 난 때부터 계약이 끝날 때까지 월세를 낼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 기간의 월세에 관해 대법원은 임시 진료가 이뤄진 경위와 본래 진료에 얼마나 지장이 있었는지 더 살펴야 한다고 봤다. 계약 종료 뒤 점포 반환이 늦었다는 손해배상 주장도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의 임대인 패소 부분을 파기해 돌려보냈다.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하고 수익을 얻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임대인이 사용·수익을 보장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 목적대로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면 월세 전액을 거절할 수 있고, 일부만 지장이 있었다면 그 지장에 해당하는 범위에서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임차인에게 과실이 없고 빌린 공간 일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면, 민법 제627조 제1항에 따라 그 비율만큼 월세를 낮춰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다.

계약서와 대체 공간 제공에 관한 문자, 실제 진료나 영업을 한 기간, 쓰지 못한 설비와 그 때문에 중단한 업무를 날짜별로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대체 공간을 쓴 기간과 그곳에서도 영업할 수 없었던 기간이 있다면, 같은 사정으로 묶지 말고 각각의 월세를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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