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힌 지상권을 마음대로 포기할 수 있을까

지상권을 가진 사람이 그 권리를 담보로 돈을 빌린 뒤, 토지 소유자와 합의해 지상권을 없애려고 한다면 당사자끼리만 정하면 될까. 민법 제371조 제2항은 지상권이나 전세권에 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이 저당권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담보의 목적이 된 권리를 임의로 없애지 못하게 하는 제한이다.

먼저 저당권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나누어 보아야 한다. 토지 소유권에 저당권이 있는 경우와 지상권 자체에 저당권이 있는 경우는 구별된다. 제371조 제1항은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저당권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 저당권에 관한 장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한다. 등기부에 저당권이 있다는 사실만 보고 누구의 어떤 권리가 담보로 묶였는지 생략하면 안 된다.

가상의 사례로, 지상권자가 토지 소유자에게 권리를 돌려주기로 합의하면서 담보권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하자. 지상권 소멸에 관한 합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그 권리에 저당권이 설정됐는지, 저당권자가 소멸행위에 동의했는지도 대조해야 한다. 채무자가 빚을 계속 갚겠다고 약속한 것과 담보권자가 권리 소멸에 동의한 것은 같은 자료가 아니다.

전세권을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제2항의 제한이 적용된다. 권리자와 소유자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저당권자의 담보상 이익까지 임의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만 조문은 설정자가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존속기간 만료 등 다른 원인의 구체적 효과까지 같은 합의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다.

해당 부동산의 등기사항증명서, 지상권이나 전세권의 설정자료, 이를 담보로 한 저당권 설정계약, 소멸에 관한 합의안과 동의자료를 준비한다. 등기와 계약은 담보의 목적과 권리자를, 합의안은 없애려는 권리와 행위를, 동의자료는 필요한 승낙의 존재와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토지 소유자와 권리자 사이의 정산을 끝내기 전에 담보권자의 동의 문제까지 함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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