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집행자가 다른 사람에게 일을 맡겨도 될까

지정되거나 법원이 선임한 유언집행자가 자기 대신 다른 사람에게 집행사무를 처리하게 하려면 상속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민법 제1103조 제2항이 준용하는 민법 제682조 제1항의 ‘위임인’을 누구로 읽는지가 핵심이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 제1103조 해설과 『주석 민법 채권총칙』 제391조 해설은 그 승낙 주체를 상속인으로 설명한다.

이는 상속인의 요청대로 유언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제1103조 제1항의 상속인 대리인이라는 지위는 집행행위의 효과가 상속인에게 귀속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0다26920 판결도 유언집행에 필요한 범위에서는 상속인과 이해가 달라도 중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

서류 정리나 연락을 돕는 보조자를 쓰는 일과, 집행자의 판단과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복임은 구별해야 한다. 주석은 보조자 사용을 허용하면서 보조자의 고의 · 과실은 집행자의 것으로 본다. 이름을 보조자라고 붙였어도 실제로 집행을 대신한다면 맡긴 범위를 살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단독상속인이 있는 사건에서 집행자가 바쁘다며 집행의 결정과 처리를 모두 지인에게 넘겼다고 해 보자. 이때 승낙 여부를 확인할 상대는 그 상속인이다. 승낙이 없다면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주석은 질병 등 사실상 장애가 있고 법원 허가를 받아 사퇴할 수도 없는 사정을 설명하므로, 단순히 바쁘다는 말만으로 판단을 끝내서는 안 된다.

유언서와 집행자 지정 · 선임 자료로 원래 임무를 확인하고, 업무를 맡긴 문서로 대체 범위를 대조한다. 상속인의 승낙 자료와 장애 발생 시점 · 내용을 보여 주는 자료는 예외 요건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 공동상속인이 여럿일 때 필요한 승낙 범위나 유언자의 사전 허용 효과는 이 설명만으로 확정하지 않는다. 복임이 곧 집행자 교체이거나 모든 외부 행위가 무효라는 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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