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던 사람이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뒤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이후 건물 인도 분쟁에서 임차인 측은 기존 임차권이 남아 있어 새 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임차권의 존속 논의에 앞서 임대차계약의 실질부터 살폈다.
제주지방법원 2026. 5. 21. 선고 2023가단73214 판결은 임대차의 주된 목적이 주택을 사용하려는 데 있었는지를 문제 삼았다. 계약서마다 적힌 금액과 지급시기가 달랐고, 실제 여러 자금 이체도 계약 내용과 맞지 않았다. 차액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당사자가 후순위가 될 것을 걱정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한 사정까지 있었다.
법원은 이런 자료를 종합해 계약의 주된 목적이 채권 회수였다고 보았다. 주택을 사용하려는 계약이 아니라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돈을 회수하려고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외관을 갖춘 것이라면 주택임대차의 대항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건물 인도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 지급을 명하고 보증금 반환 반소를 기각했다.
빌려준 돈을 보증금으로 정리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모든 임대차가 보호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계약 내용, 자금 흐름, 계약서를 만든 경위와 당사자의 설명이 맞물린 개별 사건이다. 실제 거주 여부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거나, 차용금을 보증금으로 바꾸면 언제나 대항력이 없다고 읽으면 판단 범위를 넘어선다.
또한 확정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이다. 건물 소유자가 된 임차인의 권리가 언제나 남는지에 관해 이 판결이 일반적인 답을 준 것도 아니다. 이 사건은 그 주장을 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임대차의 보호 요건에서 결론이 났다.
채권을 보증금으로 정리한 계약이라면 차용 당시 자료, 보증금 전환 합의, 실제 지급 내역, 주택 사용 경위를 나란히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에 임대차라고 적혔는지만으로 우선순위를 계산하면 실제 분쟁에서 출발점부터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