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바뀌었습니다 — 계약은 그대로, 다만 선택권이 있습니다

집주인이 바뀌었을 때, 먼저 결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집이 팔려도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보증금 반환 의무도 소유권과 함께 새 소유자에게 넘어갑니다.

다만 임차인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해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64615 판결).

들어가며

집이 팔렸다는 연락은 세입자에게 두 가지 질문을 남깁니다. 나가야 하는가, 그리고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는가.

첫 번째 답은 간단합니다. 대항력이 있으면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 답은 갈립니다. 원칙은 새 소유자에게 받는 것이지만, 임차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종전 소유자를 붙잡아 둘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좁고, 시기를 놓치면 닫힙니다.

이 글은 임대인이 바뀌었을 때의 보증금 문제 하나만 다룹니다. 승계의 원칙과 이의제기의 요건, 그리고 실무에서 이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유를 대법원 판결로 정리했습니다. 대항력 자체가 언제 생기는지는 전입신고 다음 날 0시 글에서 다뤘습니다.

원칙 — 새 소유자가 임대인이 된다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도 포함됩니다. 이 승계는 임차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법이 정한 효과로 곧바로 일어납니다.

승계의 전제는 대항력입니다.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쳐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만 새 소유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고, 대항요건이 없으면 승계 논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보증금은 계약 상대방인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승계되면 계약서를 새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기간 · 차임 · 보증금이 그대로 이어지고 새 소유자가 종전 임대인의 자리에 들어서는데, 대법원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해 일체로 이전한다고 보아 양도인의 임대인 지위와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한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01다64615).

임대차기간이 이미 끝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임대차관계가 존속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제4조 제2항), 그 상태에서 집이 팔리면 「임대차가 종료된 상태에서의 임대인 지위」가 새 소유자에게 그대로 넘어갑니다.

예외 — 승계를 원하지 않을 때의 이의제기

승계가 임차인에게 항상 이로운 것은 아닙니다. 새 소유자의 자력이 종전 소유자보다 나쁠 수 있고, 이미 이사 날짜와 보증금 반환일을 잡아 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를 위해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임차인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임차주택의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경우 양도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1다64615).

요건이 둘입니다.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일 것, 그리고 이의를 제기할 것. 두 요건 모두 나중에 증명해야 하므로 방식이 중요합니다.

승계 이의 통지 문안 예시

내용증명으로 종전 임대인과 새 소유자 양쪽에 각각 보내시면 됩니다.

제목 :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이의 통지

1. 본인은 위 주소지 주택을 임차하여 거주 중인 임차인입니다.

2. 본인은 20○○년 ○월 ○일 위 주택이 ○○○에게 양도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 본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따른 임대인 지위의 승계를 원하지 아니하므로, 이 통지로써 승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합니다.

4. 따라서 본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양도인인 귀하에게 그대로 존속함을 확인하며, 임대차 종료일인 20○○년 ○월 ○일까지 보증금 ○○○원을 반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년 ○월 ○일   임차인 ○○○ (인)

보내는 시점이 관건입니다. 「상당한 기간」이 몇 일인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양도 사실을 안 즉시 보내는 것 말고는 안전한 방법이 없습니다. 등기부에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것을 확인한 날을 기준으로 삼으시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막히는 지점 — 말과 행동이 다르면 진다

이의제기가 인정되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는 통지를 안 해서가 아니라, 임차인이 승계를 전제로 행동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2001다64615 판결의 나머지 절반이 정확히 그 지점을 다룹니다.

그 사건의 원심은 임차인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임차인이 계약을 합의해지하고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았으며, 이사 갈 집까지 마련했고, 종전 임대인의 다른 부동산을 가압류했다는 사정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새 소유자가 다른 임차인들과 계약서를 새로 쓰거나 보증금 채무를 승계한다는 문구를 넣으면서 이 임차인에게도 보증금을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는데, 임차인이 수령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주택의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자 경매법원에 임차인으로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승계를 전제로 행동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의를 무너뜨리는 행동

· 새 소유자가 보증금을 반환하겠다고 할 때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

· 새 소유자를 상대로 권리신고 · 배당요구를 하는 것

· 새 소유자와 새 계약서를 쓰거나 차임을 새 소유자에게 계속 지급하는 것

· 새 소유자에게 수리 · 보수를 요구하며 임대인으로 대우하는 것

이의를 낼 생각이라면 통지를 보낸 뒤의 모든 행동을 그 통지와 맞춰야 합니다. 차임은 어디로 낼 것인지, 수리 요구는 누구에게 할 것인지를 통지문에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승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새 소유자를 상대로 절차를 진행하면 됩니다.

경매로 주인이 바뀌는 경우 — 승계와 다른 길

매매가 아니라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면 판단 구조가 달라집니다. 임차권은 임차주택의 경락에 따라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고,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권만 소멸하지 않습니다(제3조의5).

그래서 경매에서는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내 대항력이 최선순위 담보권보다 앞서는지, 그리고 배당에서 보증금을 얼마나 받는지입니다. 앞서고 다 받지 못했다면 낙찰자가 임대차를 인수하므로 남은 보증금을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뒤진다면 임차권이 소멸하므로 배당으로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매매로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차인은 민법상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동시이행의 항변권 규정을 준용받습니다(제3조 제5항 · 제6항). 다만 실무에서 임차인이 먼저 검토하게 되는 것은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금 반환 절차입니다.

정리 — 알게 된 날이 기준일이다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두 가지만 정하시면 됩니다. 승계를 받아들일 것인가, 이의를 낼 것인가.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새 소유자를 상대로 하면 되고, 계약서를 다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의를 내기로 했다면 양도 사실을 안 날부터 지체 없이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 뒤의 행동을 통지 내용과 일치시켜야 합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면 이의는 없던 일이 됩니다.

어느 쪽을 고르든 먼저 할 일은 같습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 소유권이 언제 누구에게 넘어갔는지 확인하는 것. 그 날짜가 모든 기간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집이 팔렸는데 새 주인이 나가라고 합니다. 나가야 하나요?

대항요건을 갖추셨다면 나가지 않아도 됩니다.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므로(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남은 기간 동안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계약을 끝내려면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보증금은 종전 주인과 새 주인 중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원칙적으로 새 주인입니다. 보증금 반환채무가 소유권과 일체로 이전하므로 양도인의 채무는 소멸합니다. 다만 승계를 원하지 않아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양도인의 채무가 소멸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1다64615).

계약서를 새 주인 명의로 다시 써야 하나요?

다시 쓸 필요 없습니다. 승계는 법이 정한 효과로 일어나므로 기존 계약서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합니다. 오히려 새 계약서를 쓰면 조건이 바뀌거나 확정일자 순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합니다.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종전 주인이 책임 없다고 합니다.

이의제기 이후의 행동이 승계를 전제로 한 것이었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새 소유자의 보증금 반환 제안에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거나, 경매절차에서 권리신고와 배당요구를 하면 이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1다64615). 통지 이후의 행동을 일치시키셔야 합니다.

전입신고를 안 했는데 집이 팔렸습니다.

대항요건이 없으면 새 소유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보증금은 계약 상대방인 종전 임대인에게 청구해야 하고, 거주를 계속할 권리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추되, 그 시점 이후로만 순위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 대응 방향을 정하셔야 합니다.

소유자가 바뀌었나요?

승계를 받아들일지 이의를 낼지는 등기부의 이전 시점과 남은 계약 기간을 함께 봐야 정할 수 있습니다. 법무사김재성 · 천안 · 대한법무사협회 등록번호 제6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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