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뒤 남은 상속재산, 상계도 막힐까

한정승인 청산을 마친 뒤, 당시 몰랐던 상속채권자가 나타났다. 그 채권자는 고인에게 갚아야 할 돈도 있어 남은 상속재산에서 받을 금액과 상계하려 한다. 한정승인을 했다는 이유로 이런 정산도 언제나 금지된다고 볼까. 청산이 끝났는지와 어느 재산의 범위에서 상계하는지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

민법 제1039조는 기간 안에 신고하지 않았고 한정승인자도 알지 못한 상속채권자와 유증받은 사람이, 잔여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에 한해 변제받도록 한다. 특별담보권이 있으면 예외다. 이미 알고 있던 채권자를 배당에서 빠뜨린 문제까지 이 조문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39조 해설은 청산이 종료돼 제1033조의 변제거절권이 소멸한 뒤의 변제를 설명한다. 이 단계에서는 한정승인자뿐 아니라 상속채권자나 수유자도 잔여재산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직접 판결이 아닌 문헌의 설명이다.

따라서 달력에서 공고기간이 끝났다는 사실만 뽑지 말자. 위 해설은 우선권 있는 채권, 상속비용, 신고했거나 알고 있던 일반채권과 수유자에 대한 변제를 마친 뒤 남은 재산을 전제로 한다. 아직 정리해야 할 청산 내역이 있는데 이를 생략하고 이미 잔여재산만 남은 단계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상계의 일반 요건도 따로 확인한다. 민법 제492조 제1항은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를 부담하고 양쪽 이행기가 도래한 경우 대등액의 상계를 정하면서, 채무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한다. 제2항은 당사자의 다른 의사와 선의의 제삼자 문제도 정한다. 잔여재산이 있다는 말만으로 두 채권의 주체와 요건이 자동으로 맞는 것은 아니다.

청산 내역과 남은 재산, 채권자가 처음 알려진 시점, 양쪽 채권의 원인 · 금액 · 이행기를 함께 정리하자. 위 문헌의 설명을 상속인의 고유재산까지 모두 상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넓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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