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가 사기나 강박 등을 이유로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하자. 취소에 성공했으니 더는 선택할 일이 없을까. 포기의 효력이 없어지는 문제와, 되돌아온 상속관계에서 재산과 채무를 어떻게 받을지 정하는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41조 본문은 취소된 법률행위를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상속포기가 적법하게 취소되면 그 포기의 효력이 소급해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취소 그 자체가 한정승인 신고를 대신하거나 상속채무를 없애 주는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24조 해설은 취소 이후의 선택을 따로 설명한다. 적법하게 취소되면 상속권자는 다시 단순승인,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해야 하며 지체 없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해설은 지체한 경우 민법 제1026조 제2호를 유추해 법정단순승인으로 본다고 정리한다. 원래 제2호는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를 정한다. 취소 뒤의 처리를 이 조문으로 설명하는 것은 문헌의 유추 해석이며, 같은 내용의 직접 판결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을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제1024조 제2항의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과 포기한 날부터 1년은 취소권 행사에 관한 기간이다. 취소가 이뤄진 뒤 재선택 없이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이라고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된다. 위 해설의 지체 없이라는 표현을 임의의 며칠이나 새로운 3개월로 환산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원래 포기 신고와 심판, 취소 원인과 취소 관련 자료, 현재 파악한 상속재산 · 채무 목록을 함께 정리하자. 취소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와 그 뒤 필요한 선택을 나누어 확인할 일이다. 아직 수리되지 않은 신고를 취하하는 것, 처음부터 무권대리로 무효인 신고를 다투는 것과도 다른 상황이다. 이 설명만으로 구체적인 재신고의 기산일이나 서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취소 뒤의 처리까지 이어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