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파트와 농지를 두 자녀에게 남기면서 아파트를 나눌 방법은 지인에게 정해 달라고 유언했다. 유언이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작성됐고 분할 방법을 맡긴다는 내용이 분명하다면, 아버지는 그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지인에게 맡길 수 있다(민법 제1012조).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자녀들에게 지인의 의견을 들어 보라고 한 말과, 유언에 분할 방법을 정할 권한을 맡긴다는 뜻을 남긴 것은 다르다. 유언은 법에서 정한 방식을 갖춰야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1060조), 이 사례처럼 효력에 별도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면 유언자가 사망한 때부터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073조 제1항). 사망 뒤에는 유언의 문구에서 맡은 사람과 대상 재산, 정하도록 한 내용부터 확인할 일이다.
유효한 유언으로 상속재산의 분할 방법을 제삼자에게 맡길 수 있는 범위는 유언에 적힌 내용으로 가린다(민법 제1012조). 이 사례에서 지인이 맡은 대상은 아파트의 분할 방법이다. 유언에서 농지까지 맡기지 않았다면, 지인이 아파트를 두고 판단한다는 이유로 농지의 분할 방법까지 정할 수는 없다. 농지에 관해 별도의 유언상 지정이나 금지가 없다면 두 자녀는 농지를 어떻게 나눌지 협의할 수 있다(민법 제1013조 제1항).
상속재산을 나누기 전에는 공동상속인들이 그 재산을 공유한다(민법 제1006조). 아파트를 어떻게 나눌지 맡았다는 문구만으로 지인이 아파트의 소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분할 방법을 정하는 위탁과 일정 기간 분할을 막는 유언은 구별한다. 아버지가 분할 자체를 금지하고 싶었다면, 상속이 개시되는 사망일부터 5년 이내에서 기간을 정할 수 있다(민법 제997조, 민법 제1012조).
자녀들은 유언 원본과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를 펴 놓고 아파트와 농지 중 어느 재산이 위탁 대상인지 먼저 맞춰 본다. 지인에게 맡긴 내용과 자녀들이 협의할 부분을 재산별로 구분해 두면, 유언과 다른 내용으로 분할협의서를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