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할 수 있다. 다만 자기 지상권의 범위 안에서다. 가상의 상황으로 보자. R은 S의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받아 창고를 지었는데, 창고에서 도로로 나가려면 이웃 T의 땅을 지나야 한다. 땅 주인이 아닌 R이 T와 통행 지역권을 맺고 등기할 수 있을까.
망설여지는 이유는 민법 문언이다. 민법 제291조는 지역권자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자기토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권리가 있다고 한다. 자기토지라는 말만 보면 토지 소유자만 지역권을 얻을 것 같다. R이 가진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다(민법 제279조).
답은 지상권자의 지역권설정등기의 가부(등기예규 제205호)에 있다. 지상권자는 그 권리의 범위 내에서 그 목적인 토지를 위하여 또는 그 토지 위에 지역권을 설정할 수 있다. 방향은 둘이다. R은 S의 땅을 위하여 T의 땅에 지역권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S의 땅 위에 이웃을 위한 지역권을 내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R의 지상권 범위가 한계다.
신청은 승역지 소유자 T와 지역권을 얻는 R이 함께 한다(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 T의 등기필정보도 낸다(부동산등기법 제50조 제2항). 등기는 T의 땅에 하며, 지역권설정의 목적·범위·요역지를 적고 T의 땅 일부라면 그 부분의 도면 번호도 기록한다(부동산등기법 제70조). 요역지인 S의 땅에는 등기관이 직권으로 승역지와 지역권의 목적·범위를 기록한다(부동산등기법 제71조 제1항).
예규 문언에는 토지 소유자 S의 동의를 요구하는 부분이 없다. 대신 「권리의 범위 내」라는 한정이 붙어, R의 지상권 등기에 적힌 목적·범위와, 약정해 기록됐다면 존속기간이 기준이 된다.
R은 S의 땅 을구에서 자기 지상권 내용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T와 통로의 위치와 폭을 정해 도면을 만든다. 등기 뒤에는 T의 땅 을구와 S의 땅 등기기록에 양쪽 기록이 모두 생겼는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