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할 때 건강 상태나 병력을 묻는 질문지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절차가 바로 보험 고지의무의 핵심입니다. 보험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회사에 “중요한 사항”을 알릴 의무를 말합니다(상법 제651조). 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수년간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더라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의 핵심
질문표에 묻지 않은 건 알릴 의무 없습니다. 보험 고지의무는 보험사 질문표에 기재된 사항에 한정되며, 위반 시에도 보험사의 해지권은 1개월·3년의 제척기간과 인과관계 요건으로 제한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은, “도대체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입니다. 감기에 걸린 것도 말해야 하는지, 10년 전 완치된 질병도 고지 대상인지,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말했으면 충분한 것인지 — 이 글에서 그 법적 기준을 하나씩 정리하겠습니다.
보험 고지의무의 법적 근거와 범위
상법 제651조는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고지한 경우,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중요한 사항”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사항”으로 정의합니다(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참조). 쉽게 말해, 보험회사의 인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면 모두 고지 대상입니다.
• 현재 치료 중인 질병이나 증상
• 질문표 기재 기간 내의 과거 병력
• 정기적으로 복용 중인 약물
•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사실
• 입원이나 수술 이력
반면, 질문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은 알릴 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법 제651조의2는 “보험자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반대해석으로, 보험회사가 질문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자에게 알릴 의무가 없습니다. 보험회사가 청약서 질문표를 통해 묻지 않은 과거 병력이나 건강 정보를 나중에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보험 고지의무 위반 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 의무를 위반하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해지가 이루어지면 해지 이후에 발생하는 보험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655조 단서는 “보험사고가 이 의무 위반 사실과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고혈압 병력을 알리지 않은 A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고혈압과 교통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1월 9일 선고 2024다272941 판결에서도 이 인과관계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며, 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습니다. 즉, 보험금을 받으려면 “내가 숨긴 사실과 이번 사고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보험계약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법무사로서 보험 고지의무 분쟁을 다루다 보면, 보험설계사가 “이 정도는 안 써도 된다”고 말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두 안내는 법적으로 보험사의 고지의무 면제 의사표시로 인정될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어 논리가 됩니다.
실무에서 이 인과관계 판단이 분쟁의 핵심입니다. 금융감독원 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보험 분쟁의 상당 부분이 의무 위반과 보험금 면책을 둘러싼 것입니다. 보험회사는 해당 위반이라는 형식적 사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려 하고, 보험계약자는 인과관계 부존재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요구합니다.

📋 이 글의 핵심
질병·직업·위험 사항을 반드시 고지해야 합니다. 보험 가입 시 고지의무 위반은 계약 해지와 보험금 반환 사유가 됩니다. 중요한 사항의 범위가 핵심 쟁점입니다.
보험설계사에게 말했는데도 고지한 것이 아닌가
약 80건의 보험 분쟁 사건을 처리하며 느낀 점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병력을 말했으니까, 알릴 의무를 이행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험설계사에게 구두로 알린 것만으로는 이 의무를 이행한 것이 아닙니다. 보험 고지의무는 청약서의 질문표에 정확하게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보험설계사가 “그 정도는 안 적어도 된다”고 말했더라도, 질문표에 기재되지 않은 이상 해당 위반의 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보험업법 제95조의2는 보험회사에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보험회사 측 설계사가 알릴 의무의 중요성과 위반 시 불이익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경우, 보험회사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설계사가 “적을 필요 없다”고 적극적으로 안내한 경우, 보험회사가 오히려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계약 해지 기간의 제한 — 보험 고지의무 위반이라도 기한이 있다
보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상법 제651조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해당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그리고 계약 체결일부터 3년 이내에 해지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보험회사는 더 이상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보험약관에서는 이보다 짧은 기간(예: 계약 체결일부터 2년)을 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약관의 기간이 적용됩니다. 약관의 규정이 상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경우 그 약관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 구분 | 기간 | 기산점 |
|---|---|---|
| 단기 제척기간 | 1개월 | 보험회사가 위반 사실을 안 날 |
| 장기 제척기간 (상법) | 3년 | 계약 체결일 |
| 약관상 제척기간 (통상) | 2년 | 계약 체결일 (상법보다 유리) |
보험 고지의무 위반을 다투는 현실적 방법
보험금 청구가 이 의무 위반으로 거절되었을 때, 보험계약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첫째, 인과관계 부존재를 주장합니다. 앞서 설명한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른 항변입니다. 고지하지 않은 질병이나 병력과 실제 보험사고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둘째, 보험회사 측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합니다. 보험설계사가 질문표 작성 과정에서 알릴 의무의 중요성이나 위반 시 불이익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지 기간 도과를 확인합니다. 보험회사가 해당 위반 사실을 알고도 1개월 이상 해지하지 않았거나, 계약 체결 후 3년(또는 약관상 2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해지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패턴인데,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 통보를 하면서 정작 인과관계 요건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지하지 않은 사항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해지 자체가 불가능한데, 이 점을 모르고 그냥 수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습니다.
보험회사와의 직접 교섭이 어려운 경우, 금융감독원 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에 대해 보험회사가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보험 가입 시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① 청약서 질문표를 직접, 정확하게 작성하세요. 설계사가 대신 작성하더라도 반드시 내용을 확인하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② “말했으니까 괜찮다”는 착각을 버리세요. 구두 고지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질문표에 기재된 내용만 고지로 인정됩니다.
③ 질문표의 범위를 확인하세요. 질문하지 않은 사항은 알릴 의무 대상이 아닙니다. 보험회사가 나중에 질문표에 없던 사항을 문제 삼으면, 상법 제651조의2를 근거로 다툴 수 있습니다.
④ 보험금 청구가 거절되면 인과관계부터 따지세요. 고지하지 않은 사항과 보험사고 사이에 관련이 없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⑤ 해지 기간(1개월 / 3년)을 확인하세요. 보험회사의 해지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이를 이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Q. 10년 전 완치된 질병도 고지해야 하나요?
청약서 질문표에 해당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질문표가 “최근 5년 이내”를 묻고 있다면 10년 전 완치 질병은 고지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과거 질병 전체”를 묻는다면 고지해야 합니다. 핵심은 질문표의 문구입니다.
Q. 보험설계사가 “안 써도 된다”고 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면?
보험설계사의 구두 안내에 의존해 질문표를 부실하게 작성한 경우, 해당 의무 위반의 1차적 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설계사가 적극적으로 고지를 만류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여 해지를 다툴 수 있습니다.
Q. 이 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납입한 보험료는 돌려받을 수 있나요?
상법 제651조에 의한 해지의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제되지만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반환 여부는 약관에 따릅니다. 통상 해약환급금이 발생하는 범위에서 일부 돌려받을 수 있지만, 납입 보험료 전액을 반환받기는 어렵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법무사의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고찰은 말하지 않은 병력, 돌아오지 않은 보험금 — 고지의무라는 이름의 줄다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보험 계약뿐 아니라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도 핵심 사항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월세 계약 체크리스트를 참고하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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