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상속을 포기했는데 병원이 자녀가 쓴 보증서를 근거로 진료비를 요구한다. 고인의 빚을 상속받는 것과, 자녀 자신이 보증을 약속해 부담하는 채무는 나누어 봐야 한다. 포기심판문만 확인하고 보증서 내용은 보지 않으면 청구의 근거를 놓칠 수 있다.
민법 제1042조는 상속포기의 효력이 상속개시 때로 소급한다고 정한다. 이것만으로 포기자가 따로 체결한 계약까지 소급해 없어진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병원이 고인의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청구하는지, 본인이 한 보증약정을 이유로 청구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428조 제1항은 보증인이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유효한 별도 보증이 있는 상황을 단순한 상속채무 청구와 같게 볼 수는 없다. 다만 병원 서류에 가족 이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실제 보증계약이 성립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제428조의2 제1항은 보증의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돼야 효력이 생긴다고 정한다. 보증 의사가 전자적 형태로만 표시된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 보호자 연락처를 적은 서류인지, 누구의 어떤 채무를 보증한다는 문구인지 실제 문서를 살펴야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보증인에게 불리한 변경에도 같은 방식을 요구한다. 제3항은 이미 보증채무를 이행한 경우 그 한도에서 방식의 하자로 무효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한다. 서명이 없으니 나중에 언제든 지급액을 돌려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적용 시점과 계약의 성격에 따른 다른 규정도 확인할 문제다.
병원 청구서, 입원 당시 받은 약정서 전체와 변경 문서, 본인이 지급한 내역을 모으자. 이 글은 특정 병원의 양식이 보증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이 아니다. 상속포기로 해결되는 승계 문제와 자신의 계약을 검토하는 문제를 구별하고, 청구 상대방이 제시한 근거를 실제 서류에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