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관리인이 두 명이라고 해서 한 명은 임대차, 다른 한 명은 수선 업무를 마음대로 나눠 처리할 수 있을까. 민사집행규칙 제86조 제1항은 관리인이 여러 사람이면 공동으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예외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무를 분담할 수 있으므로, 관리인들 사이의 사적인 업무분담 약속만 확인하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개별 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은 관리인 임명 자료와 함께 법원이 직무 분담을 허가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가가 있다면 어떤 업무를 누구에게 맡겼는지가 중요하다. 한 사람이 현장에 자주 나온다는 사정이나 연락처 하나만 전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에게 모든 업무를 단독 처리할 권한이 있다고 추정하면, 공동 수행 원칙을 놓치게 된다.
외부에서 관리인에게 의사표시를 하는 때에는 다른 기준이 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삼자의 관리인에 대한 의사표시를 그중 한 사람에게 할 수 있도록 정한다. 관리인이 둘이면 상대방도 언제나 같은 내용을 두 사람에게 각각 전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관리인들의 직무 수행과 제삼자의 의사표시 수령은 구별해서 읽어야 한다.
가상의 사례로, 임차인이 건물의 긴급 수선 필요를 관리인 한 사람에게 알렸고 그 관리인이 혼자 공사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하자. 임차인이 한 관리인에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는 규정만으로 관리인의 계약 체결도 단독으로 가능하다고 결론낼 수는 없다. 관리인 쪽에서는 공동 수행 여부와 분담 허가의 범위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임명 증명문서와 직무 분담 허가결정, 처리하려는 업무의 내용을 보여 주는 계약안, 상대방이 보낸 의사표시의 내용과 도달자료를 대조한다. 앞 자료는 누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뒤 자료는 제삼자가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관리인이 여럿이라는 사실만 적기보다 권한과 수령 문제를 나누어 기록하면, 통지가 유효한지와 업무가 적정하게 처리됐는지를 혼동하지 않고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