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이 넉 달 남았는데 세입자 A가 직장 때문에 먼저 이사해야 한다. 집주인 B는 새 세입자가 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면서도 등기에는 협조하겠다고 한다. 설명을 위해 꾸민 상황이다. 계약이 끝나지 않았으니 임차권등기명령은 아직 쓸 수 없는데, 다른 길이 있을까.
임차권등기명령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에 따라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에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민법 제621조 제1항은 이와 달리 반대약정이 없으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차등기 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계약 종료를 요건으로 두지 않는다.
등기 뒤 효력은 같은 규정을 따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 제1항은 민법 제621조에 따른 주택임대차등기의 효력에 제3조의3 제5항·제6항을 준용한다. 그래서 A가 이미 갖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등기 뒤 주민등록을 옮기고 집을 비워도 유지되고, 등기 뒤 그 집을 빌린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
차이는 신청 구조다. 설정등기는 법원 촉탁이 아니라 임대인의 협력을 얻어 신청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4 제2항은 신청서에 부동산등기법 제74조 제1호부터 제6호까지의 사항 외에 주민등록을 마친 날, 점유한 날, 확정일자를 받은 날을 적고 증명서면을 내게 한다. 임차권등기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등기예규 제1688호) 2.나는 등기의무자의 인감증명과 등기필정보,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 임대인이 작성한 점유사실확인서 같은 점유개시일 증명서면, 주민등록등(초)본을 첨부하게 하고, 집 일부만 빌렸다면 도면도 요구한다.
A는 B에게서 인감증명과 등기필정보를 받아 설정등기를 신청하고,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마쳐진 것을 확인한 뒤에 짐을 뺀다. B가 끝내 협조하지 않으면 계약이 끝나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때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길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