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 개정 2026 시행을 석 달 앞둔 어느 오후, 등기부등본 세 장이 상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종이 가장자리가 살짝 접혀 있었고, 형광펜으로 밑줄 친 자리마다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등본을 내려다보면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석 달 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등본을 잡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땅은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충남 논산의 논 세 필지. 등기부등본에는 지목과 면적만 기재되어 있지만, 의뢰인에게 그 숫자들은 전혀 다른 의미였습니다. 큰 논은 아버지가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물꼬를 댔던 곳이고, 작은 논은 어머니가 모내기철마다 허리를 숙였던 곳이며, 밭은 형제들이 어린 시절 감자를 캐며 뛰어놀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은 그 기억을 읽지 못합니다. 법이 보는 것은 공시지가, 감정평가액, 그리고 법정상속분입니다.
유류분 개정 2026 이전까지, 유류분 반환은 원물반환이 원칙이었습니다. 상속재산이 부동산이면 부동산 자체를 쪼개서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농지를 물려주었더라도, 다른 형제가 유류분을 청구하면 그 농지에 공유지분이 생겼습니다.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두 개, 세 개, 네 개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결과입니다. 농사짓는 사람은 온전한 농지가 필요하고, 도시에 사는 형제는 땅이 아니라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은 둘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습니다.
유류분 개정 2026, 돈으로 정산한다는 것의 의미
2026년 7월 시행되는 개정 민법 제1115조는 이 구조를 바꿉니다. 유류분 반환의 원칙이 가액반환으로 전환됩니다. 쉽게 말하면, 땅을 쪼개는 대신 돈으로 정산하라는 것입니다.
법리적으로는 명쾌합니다. 농지를 받은 장남이 다른 형제에게 유류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면 됩니다.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농지는 온전히 남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돈으로 정산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논밭에 값을 매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담실에서 의뢰인이 가장 오래 침묵했던 순간은 감정평가액을 확인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일군 논 세 필지의 가격이 숫자로 환산되어 있었습니다. 그 숫자를 형제 수로 나누고, 법정상속분을 곱하고, 유류분 비율을 적용하면 한 사람이 받을 금액이 나옵니다.
“이게 아버지 평생의 값어치입니까?”
의뢰인의 질문에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공유지분이라는 교착 상태
제가 이 사례를 기억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상담 전에 만났던 다른 의뢰인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형제 넷이 아버지의 농지를 공유지분으로 상속받았습니다. 큰형은 서울에, 둘째는 대전에, 셋째는 부산에 살았고, 막내만 고향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4분의 1씩 쪼개진 농지는 막내 혼자 경작했지만, 막내는 자기 지분 4분의 1을 자유롭게 팔 수는 있었지만, 농지 전체를 한꺼번에 정리하려면 형제 전원의 합의가 필요했습니다. 5년 넘게 아무도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형제 중 한 명이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현물분할이 곤란하다고 판단했고, 경매를 명했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준 농지는 경매 법정에서 타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낙찰가를 넷으로 나눈 금액이 각자의 통장에 입금되었습니다.
형제들은 그 뒤로 명절에 모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땅을 지키겠다는 마음과 땅을 팔겠다는 마음이 한 필지 위에서 충돌하면, 그 땅은 결국 가족 모두에게서 떠나갑니다.

유류분 개정 2026 — 제도는 바뀌어도 사람은 남습니다
가액반환 원칙은 이런 교착 상태를 예방합니다. 처음부터 돈으로 정산하니까 공유지분이 생기지 않고, 공유물분할 소송도 필요 없고, 경매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법리적으로는 분명히 진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담실에서 의뢰인들을 만날 때마다 느낍니다. 상속 분쟁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는 것을. 형제들이 싸우는 이유는 유류분 비율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누구를 더 사랑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개정법은 분쟁의 형태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쟁의 감정까지 바꾸지는 못합니다.
2026년 개정 민법은 패륜상속인 유류분 박탈(제1004조의2), 기여분 보상적 증여 제외(제1008조), 형제자매 유류분 폐지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개편입니다. 각 조문의 구체적인 요건과 실무 적용 방법은 2026년 유류분 제도 대개정 완전 해설에서 상세히 정리했습니다.

등기부등본 세 장 앞에서
상담이 끝날 무렵, 의뢰인은 등기부등본을 천천히 접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문 앞에서 한 번 멈추더니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형한테 전화해 보겠습니다. 소송 전에 한 번은 얘기해 봐야지요.”
그 말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유류분 개정 2026이 시행되면, 이런 상담 테이블 위의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가액반환 원칙 아래에서 논밭을 지키면서도 정당한 몫을 나눌 길이 열립니다. 패륜상속인 배제 조항은 아버지의 뜻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공정한 정산의 틀을 만드는 것까지입니다. 그 틀 안에서 관계를 지키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등기부등본 세 장. 거기에는 지목과 면적과 소유자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종이를 들고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의 손에는, 법이 읽지 못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법무사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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