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약속이 된 법
안녕하세요, 법무사 김재성입니다.
「이름이 된 사람들」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첫 호는 가족을 지키는 법, 지난 호는 길 위에서 배운 법이었습니다. 오늘의 세 법은 조금 더 큰 원을 그립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 우리 사회 전체가 지키기로 한 약속이 된 이야기입니다.
김영란법 · 유일하게, 떠난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이 시리즈에서 소개한 법들은 대부분 비극에서 출발했습니다. 김영란법은 예외입니다. 2012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한 법안이라 그 이름이 붙었습니다. 정식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돼 공직자와 교직원, 언론인 등에게 적용됩니다.
핵심은 ‘대가성을 따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부탁의 대가라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일정 금액을 넘는 식사와 선물 자체가 금지됩니다. 시행 초기에는 “밥 한 끼의 크기를 법이 정하느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각자 계산’이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 된 데는 이 법의 몫이 큽니다.
김용균법 · 위험을 하청에 떠넘기지 못하도록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스물네 살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그의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을 우리 사회에 남겼습니다. 위험한 일일수록 원청이 아닌 하청 노동자에게 내려가는 구조 말입니다.
사고 17일 만에 국회가 움직였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부개정돼 2020년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원청의 안전 책임 범위가 일부 위험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넓어졌고, 도금이나 수은 · 납 가공 같은 위험 작업은 사내 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습니다. 다만 정작 김용균 씨가 하던 업무는 금지 목록에 들지 못해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아픈 별명도 얻었고, 그 숙제는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어졌습니다.
태완이법 · 살인에는 더 이상 시효가 없습니다
1999년 5월, 대구. 여섯 살 김태완 군이 집 앞 골목에서 황산 테러를 당해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고,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습니다. 부모는 시효를 멈추기 위해 재정신청으로 버텼지만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며 사건은 영구 미제가 됐습니다.
그로부터 2주 뒤, 국회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형사소송법 제253조의2 · 2015년 7월 31일 시행). 시행 당시 시효가 남아 있던 사건, 즉 2000년 8월 이후의 살인사건부터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작 태완이 사건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신은 건너지 못한 다리를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놓아 준 법입니다.
세 주에 걸쳐 아홉 개의 이름을 읽었습니다. 구하라 · 정인이 · 신해철, 민식이 · 윤창호 · 하준이, 그리고 김영란 · 김용균 · 태완이. 이 법들은 법전에는 조문 번호로 적혀 있지만, 우리는 끝내 이름으로 부릅니다. 조문 번호는 잊어도 이름은 잊히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일하다 보면 법이 차갑고 멀게 느껴진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그 법전 갈피갈피에는 이렇게 누군가의 이름과, 그 이름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시간이 끼워져 있습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그 무게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법전은 조문을 기억하고, 우리는 이름을 기억합니다.
명절 선물,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공직자 · 교직원 · 언론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일이 있다면, 김영란법의 숫자를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기준 — 식사 5만원(2024년 8월부터 3만원에서 상향) · 선물 5만원 ·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 선물은 15만원(설 · 추석 기간에는 30만원) · 경조사비 5만원(화환 · 조화로 대신하면 10만원)입니다(청탁금지법 시행령 별표 1).
다만 인허가 심사처럼 직무 관련성이 짙은 사이라면 금액과 무관하게 주고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매할 때는 안 주고 안 받는 쪽이 가장 안전합니다.
세 번에 걸친 「이름이 된 사람들」 시리즈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호 주제는 추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 주 동안 아홉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법률 문제로 막막하실 땐,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대한법무사협회 등록(제65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