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와 전세권설정등기, 먼저 결론
대부분의 세입자는 확정일자로 충분합니다. 입주 · 전입신고 · 확정일자를 갖추면, 등기 없이도 대지를 포함한 환가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전세권설정등기는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의 대안입니다.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등기비용이 들며, 건물에만 설정하면 대지 매각대금에서는 배당을 받지 못합니다.
들어가며
돈을 더 들인 쪽이 더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주택임대차에서는 수수료 몇백 원짜리 확정일자가 수십만 원짜리 전세권설정등기보다 유리한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두 제도는 목적이 다릅니다. 확정일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에게 주는 법정 보호라면, 전세권설정등기는 민법상 물권을 임대인의 등기부에 직접 새겨 넣는 일이어서, 어느 쪽이 더 좋으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상황에 어느 쪽이 맞느냐를 골라야 합니다.
이 글은 그 선택 하나만 다룹니다. 두 제도의 효력이 어디서 갈리는지, 전세권설정등기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언제인지, 그리고 등기를 하기로 했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현행 조문으로 정리했습니다. 대항력이 언제 생기는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핵심 정리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확정일자는 무엇을 주나 — 대지까지 포함한 우선변제권
확정일자의 효력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있습니다.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경매나 공매를 할 때 임차주택(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조문이 그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괄호 안의 네 글자가 실무에서 결정적입니다. 대지를 포함한다. 아파트든 다세대든 경매에서 나오는 돈은 건물값과 땅값이 합쳐진 하나의 금액이고,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그 합계 전체를 상대로 배당을 받으므로, 대지 지분이 큰 아파트일수록 이 네 글자의 값어치가 커집니다.
확정일자는 주택 소재지의 읍 · 면사무소, 동 주민센터, 시 · 군 · 구의 출장소, 지방법원과 그 지원, 등기소 또는 공증인이 부여하는데(제3조의6 제1항), 임대인의 동의를 받을 일도 없고 계약서를 들고 가면 그날 바로 받습니다.
전세권설정등기는 무엇이 다른가 — 동의가 필요하고 대지는 빠진다
전세권은 민법상 물권입니다. 전세권자는 전세금을 지급하고 부동산을 사용 · 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민법 제303조 제1항). 여기서 「그 부동산」이 어디까지인지가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주택 임대차에서 전세권은 보통 건물에만 설정됩니다. 등기부가 건물과 토지로 나뉘어 있고 임대인도 건물에만 설정해 주는 것이 보통이어서, 경매 배당에서 건물 매각대금에는 순위가 미치지만 대지 매각대금에는 미치지 못하는데, 이는 대지까지 한꺼번에 끌어안는 확정일자와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다만 전세권에는 확정일자에 없는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 반환을 지체하면 전세권자는 곧바로 경매를 청구할 수 있는 반면(민법 제318조), 확정일자만 있는 임차인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집행권원을 먼저 받아야 비로소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 구분 | 확정일자 | 전세권설정등기 |
|---|---|---|
| 근거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 민법 제303조 이하 |
| 임대인 동의 | 불필요 | 필요 |
| 배당 범위 | 건물 · 대지 모두 | 설정된 목적물만 |
| 경매 신청 | 집행권원 필요 | 바로 신청 가능 |
| 점유 · 주민등록 | 계속 유지해야 함 | 유지 의무 없음 |
| 등기부 기재 | 없음 | 있음 |
핵심은 이겁니다 — 확정일자는 더 넓게 받고, 전세권은 더 빨리 받습니다.
전세권설정등기가 필요한 경우 — 전입신고를 할 수 없을 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는 점유와 주민등록을 계속 유지하는 동안에만 살아 있어서, 그 요건을 갖출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임차인에게는 전세권설정등기가 사실상 유일한 길입니다.
실무에서 이 상황에 놓이는 경우는 정해져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 숙소로 주택을 빌리면서 법인 명의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표적인데,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대항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법인이 직원 주거용으로 임차하고 그 직원이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면 대항력이 인정되므로(제3조 제3항), 이 예외에 걸리지 않는 법인만 전세권을 설정해야 합니다.
사업상 주소를 옮길 수 없거나 자녀 학군 · 청약 · 각종 자격 요건 때문에 주민등록을 다른 곳에 두어야 하는 개인도 사정이 같아서, 확정일자만 믿고 있다가 순위를 놓치는 일이 실제로 생깁니다.
둘 다 해 두는 선택
전세권을 설정했더라도 입주 · 전입신고 · 확정일자를 함께 갖출 수 있으면, 갖추는 것이 낫습니다. 전세권은 건물에만 미치는 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은 대지까지 미치므로, 두 권리가 겹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빈 곳을 메웁니다.
반대로 전세권을 설정했으니 전입신고는 안 해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흔한 손해입니다. 대지 지분이 큰 아파트일수록 차이가 커집니다.
전세권설정등기 서류 — 무엇을 어디서 받나
전세권설정등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으로 신청하는 등기입니다. 임대인이 등기의무자, 임차인이 등기권리자가 되는 구조여서 임대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 발도 나가지 못하고, 그래서 계약 단계에서 미리 동의를 받아 두어야 합니다.
전세권설정등기 준비 서류 체크리스트
임대인(등기의무자)이 준비할 것
· 등기필정보 또는 등기필증 —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때 받아 보관 중인 서류
· 인감증명서(부동산 매도용이 아닌 일반용) — 주민센터 · 무인발급기
·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 · 전세권설정계약서
· 주민등록초본(주소 변동 이력 포함) — 등기부상 주소와 현재 주소가 다를 때 주민센터
임차인(등기권리자)이 준비할 것
· 주민등록등본 — 주민센터 · 정부24
· 전세권설정계약서
· 등록면허세 · 지방교육세 납부영수증 — 부동산 소재지 시 · 군 · 구청
· 등기신청수수료 영수필확인서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또는 등기소
공통
· 등기사항전부증명서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신청 직전에 다시 발급
· 건축물대장 — 정부24 (건물 표시가 등기부와 다를 때)
비용은 등록면허세 · 지방교육세 · 등기신청수수료 · 법무사 보수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등록면허세는 전세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계산되므로 보증금이 클수록 함께 늘어납니다. 금액은 법무사 보수 계산기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계약이 끝나면 — 말소도 임차인의 일이다
전세권설정등기는 계약이 끝났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말소등기를 따로 신청해야 등기부에서 지워지는데, 이때는 임차인이 등기의무자, 임대인이 등기권리자로 위치가 뒤바뀝니다.
실무에서 자주 막히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임대인은 새 세입자를 받기 위해 등기부가 깨끗해지기를 원하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받기 전에 말소해 줄 수 없으니, 두 일을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보증금 반환과 말소 서류 교부를 동시에 하도록 미리 정해 두면, 다툼이 생기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해야 한다면, 전세권이든 확정일자든 임차권등기명령을 먼저 검토하십시오. 확정일자만 있는 임차인에게는 임차권등기가 점유와 주민등록을 대신하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정리 — 고르는 기준은 하나
선택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 유지할 수 있으면 확정일자로 충분하고, 유지할 수 없으면 전세권설정등기를 검토하십시오.
그리고 둘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둘 다 하는 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대지를 포함하는 우선변제권과 곧바로 경매를 청구할 수 있는 물권을 한꺼번에 갖게 되므로, 어느 한쪽이 막히더라도 다른 쪽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남기 때문입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때의 절차 선택은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 비용 글에서 이어집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임대인에게 물어야 할 한 문장이 있습니다. 「전세권설정등기에 협조해 주실 수 있습니까.」 대답을 듣고 나면, 그다음 판단이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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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확정일자와 전세권설정등기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무엇이 낫나요?
전입신고와 실제 거주를 유지할 수 있다면, 확정일자가 낫습니다. 임대인 동의가 필요 없고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대지를 포함한 환가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기 때문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전입신고를 할 수 없는 사정이라면, 전세권설정등기를 검토하셔야 합니다.
전세권을 설정했는데도 전입신고를 해야 하나요?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세권은 설정된 목적물에만 효력이 미쳐, 건물에만 설정한 경우 대지 매각대금에서는 배당을 받지 못합니다. 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은 대지를 포함하므로, 두 권리가 서로 빈 곳을 메웁니다.
임대인이 전세권설정등기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나요?
강제할 수 없습니다. 전세권설정등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동으로 신청하는 등기여서, 임대인의 협조가 없으면 진행되지 않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특약으로 협조 의무를 정해 두어야 하고, 동의를 얻지 못하면 확정일자로 보호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보증금을 올려 주었습니다.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하나요?
증액한 부분에 대해 다시 받으셔야 합니다. 증액분은 새로 확정일자를 받은 날을 기준으로 순위가 정해지므로, 그 사이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으면 증액분은 그 근저당권보다 뒤로 밀립니다. 증액 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확정일자를 받아 두십시오.
계약이 끝났는데, 전세권설정등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말소등기를 따로 신청해야 지워집니다. 이때는 임차인이 등기의무자가 되므로, 임차인의 인감증명서와 등기필정보가 필요합니다. 보증금 반환과 말소 서류 교부를 같은 날 동시에 처리하도록 미리 정해 두면, 분쟁이 생기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이 필요하신가요?
등기부의 권리 순서 · 대지 지분 · 전입 가능 여부를 함께 봐야, 어느 방법이 유리한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법무사 김재성 · 천안 · 대한법무사협회 등록번호 제650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