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법률 브리핑 012호 | 길 위에서 배운 법

012호2026.07.202026년 7월 4주차

길 위에서 배운 법

안녕하세요, 법무사 김재성입니다.

지난주는 사무소 사정으로 한 주 쉬어 갔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이름이 된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호가 ‘가족’을 지키는 법이었다면, 오늘은 등굣길과 횡단보도, 그리고 주차장 — 우리가 매일 지나는 길 위에서 만들어진 세 개의 법입니다.

민식이법 · 스쿨존의 시계는 시속 30킬로미터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초등학교 2학년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희 사무소가 있는 천안 바로 옆 동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영정을 들고 국회와 청와대를 오가며 호소했고, 그해 12월 법이 만들어져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내용은 두 갈래입니다.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무인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했고(도로교통법),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어겨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합니다(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3). 스쿨존 제한속도 시속 30킬로미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 그 숫자가 어떻게 정해졌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법입니다.

윤창호법 · 술 마신 운전대, 실수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스물두 살 윤창호 씨가 횡단보도 앞에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였고, 한 달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대학 친구들이 나섰습니다. 법안 초안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녔고, 두 달여 만에 법이 통과됐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1 · 2018년 12월 시행),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내려갔습니다(도로교통법 · 2019년 6월 시행). 0.03%는 소주 한 잔을 마시고 한 시간이 지나도 나올 수 있는 수치입니다. 반복 음주운전 가중처벌 부분은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거쳐 2023년 ’10년 안에 다시 적발되면 가중’으로 다듬어졌습니다. 법도 시행된 뒤에 손질을 거칩니다.

하준이법 · 주차장의 경사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2017년 10월, 경기 과천의 놀이공원 주차장. 경사면에서 홀로 굴러 내려온 차에 네 살 최하준 군이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육안으로는 평지처럼 보이는 완만한 경사였습니다. 2019년 12월 법이 통과돼 2020년 6월 2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만들 때는 고임목 등 미끄럼 방지 시설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춰야 합니다(주차장법 제6조 제3항). 운전자의 의무도 생겼습니다. 경사진 곳에 차를 세울 때는 고임목을 받치거나 핸들을 길 가장자리 쪽으로 돌려놓는 조치를 해야 하고, 도로 밖 주차장도 예외가 아닙니다(도로교통법 제34조의3). 차에서 내리기 전 3초면 되는 일입니다.

법무사의 한마디

세 사건은 모두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에 일어났습니다. 등굣길, 휴가 중의 밤, 가족 나들이. 그래서 이 법들이 바꾸려는 것도 결국 어른들의 평범한 습관입니다.

스쿨존에서 브레이크 위에 발을 올려 두는 습관, 한 잔 했으면 대리를 부르는 결심, 경사로에서 핸들을 돌려놓는 3초. 처벌 조항은 법전에 있지만, 법이 정말 바라는 것은 그 습관 쪽입니다.

세 사람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처벌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법률 상식 ·#012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음주운전은 처벌됩니다

“도로가 아니니까 괜찮겠지” 하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 운전대를 잡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벌됩니다.

근거 —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 · 음주측정 거부 ·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해서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학 캠퍼스, 건물 사설 주차장 모두 해당합니다.

주차 칸에서 몇 미터를 옮기는 것도 ‘운전’입니다. 술을 마셨다면 주차장 안에서도 시동을 걸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 호 예고

다음 호는 시리즈의 마지막, ‘사회의 약속이 된 법’입니다. 김영란법 · 김용균법 · 태완이법 — 한 사람의 이름이 우리 사회 전체의 약속이 된 이야기입니다.

길 위의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형사와 민사, 두 얼굴로 찾아옵니다. 사고 뒤 절차가 막막하실 땐,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사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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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무사협회 등록(제6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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