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핵심
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 한 줄입니다.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제22조 제2항에 4호 한 개를 추가하는 안이 2026-02-26부터 입법예고되었고, 2026년 하반기부터 등록임대사업자에 한해 선택제로 가동될 예정입니다. 개인이 개인에게 빌려주는 일반 전세 거래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내 보증금을 지키는 길은 여전히 대항력 · 확정일자 · HUG 보증보험 · 신탁부동산 회피 네 가지에 있습니다.
“전세사기를 또 막는다고 뉴스에 나오던데, 우리 집도 안전해지는 겁니까.”
전세사기 보도가 한 번 크게 돌고 나면 사무실로 비슷한 질문이 들어옵니다. 정부가 2026년 하반기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바로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입니다. 임차인이 낸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직접 받아서 보관하고, 계약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이름이 무겁고 뉴스 헤드라인은 단호합니다. “보증금, 집주인 아닌 HUG가 맡는다.” 그래서 마치 모든 전세 계약이 바뀌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법무사 시각에서 짚어두자면, 이 제도는 법 개정이 아닙니다. 모든 임대인에게 강제되는 의무도 아닙니다. 등록임대사업자라는 특정 집단에게만, 그것도 본인이 원하면 선택할 수 있게 길을 하나 열어주는 시행령 한 줄짜리 변화입니다. 이 글은 입법예고 원문과 관련 법령 조문을 모두 펼쳐놓고,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는지를 정확히 정리합니다.
1.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란 — HUG가 보증금을 직접 받는다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임대인의 계좌가 아닌 HUG의 신탁계정으로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임대인은 그 보증금을 사적으로 운용할 수 없고, HUG가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관리하다가 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에게 즉시 반환합니다.
기존 보증보험이 “사고가 난 뒤 HUG가 임대인 대신 갚아주는” 사후 구제 구조라면, 신탁은 사고가 나기 전에 이미 보증금이 HUG 손에 들어가 있는 사전 차단 구조입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분쟁 · 심사 · 대위변제 같은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한눈 정리 — 신탁과 보증보험의 결정적 한 가지
보증보험은 사고 발생 후 임대인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 구조이고, 신탁은 사고 발생 전에 이미 HUG가 보증금을 보관하고 있는 사전 예치 구조입니다. 사고 시 반환 속도가 수개월에서 즉시로 단축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이 제도가 한국 전세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이 갈립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영국 사례와 함께 자세히 짚습니다.
2. 법 개정 아닙니다 — 시행령 한 줄이 전부
언론 보도 대부분이 “전세신탁 도입”이라는 제목 아래 마치 새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다룹니다. 사실은 다릅니다. 모법(주택도시기금법)은 손대지 않습니다. 시행령에 단 한 줄이 추가됩니다.
모법은 이미 신탁 권한을 가지고 있다
주택도시기금법 본법은 2025-12-02 공포되어 2026-03-03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 제26조 제2항이 HUG에게 신탁 권한을 이미 부여하고 있습니다.
주택도시기금법 제26조 제2항 (시행 2026.3.3)
공사는 제1항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부동산(건축 중인 건물을 포함한다)에 관한 권리를 신탁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공사의 신탁의 인수에 관하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 조문 덕분에 HUG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신탁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새로 필요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 “현금(보증금)도 같은 방식으로 받을 수 있게” 시행령에 한 줄 더하는 일.
시행령 제22조 제2항에 4호가 추가된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2025-12-30 공포, 2026-01-02 시행) 제22조 제2항은 1호부터 3호까지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4호가 신설되는 것이 이번 입법예고의 전부입니다.
주택도시기금법 시행령 제22조 제2항 (현행 + 개정안)
② 공사는 법 제26조제1항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있다.
1. 보증 및 기금의 심사 및 이행(재산조사를 포함한다) 등을 위한 조사 및 관계인에 대한 자료제공의 요청
2. 건설공사의 감리자에 대한 시공방법, 공정현황, 사용자재 및 품질 등에 관한 자료제출의 요청
3. 「주택법」 제49조에 따른 사용검사(「건축법」 제22조에 따른 사용승인을 포함한다)의 신청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보증의 이행과 관련된 업무
4. 〔신설〕 구상권 행사를 위한 담보(현금포함)를 취득 · 관리 및 운용하는 행위
빨간색으로 표시한 4호가 전부입니다. 이 한 줄이 HUG에게 “현금 형태의 담보, 즉 보증금을 직접 받아서 굴리고 돌려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한눈 정리 — 입법 일정
공고번호 : 국토교통부공고 제2026-231호
입법예고 기간 : 2026-02-26 ~ 2026-04-07
시행령 확정 예정 : 2026년 2분기
본격 가동 예정 : 2026년 하반기
국회 심의 없음 :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되며, 국회 표결을 거치지 않습니다.
이 일정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일정이 빠르고, 정치 변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3. 누구에게 적용되나 — 등록 민간임대사업자 선택제
이번 제도가 가장 자주 오해되는 지점이 적용 대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개인이 개인에게 빌려주는 일반 전세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상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등록한 임대사업자입니다. 같은 법 제49조 제1항이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그 보증의 한 가지 방식으로 신탁이 추가되는 구조입니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9조 제1항 (시행 2026.1.2)
① 임대사업자(제5조제1항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민간임대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가입하여야 한다.
1. 민간건설임대주택
2. 제18조제6항에 따라 분양주택 전부를 우선 공급받아 임대하는 민간매입임대주택
3. 동일 주택단지에서 100호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 이상의 주택을 임대하는 민간매입임대주택(제2호에 해당하는 민간매입임대주택은 제외한다)
4. 제2호와 제3호 외의 민간매입임대주택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의무 대상이 등록임대사업자에 한정됩니다.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이나 법인 임대사업자만 해당하고, 일반 개인 집주인은 어느 항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둘째, 신탁 자체가 강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과 신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제로 운영됩니다. 정부 공식 입장도 “기존의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방식과 함께 담보 취득을 통한 임대보증금보증 가입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입법예고 사유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눈 정리 — 적용 범위
적용 O : 등록 민간임대사업자(보증보험 의무 대상). 그중에서도 신탁을 선택한 사업자.
적용 X : 일반 개인 집주인, 등록을 하지 않은 임대인, 상가 · 오피스텔 임대차의 일부.
선택제 : 등록임대사업자도 신탁이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보증보험과 신탁 중 골라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두자면, 시장에서는 “선택제로 시작하지만 결국 의무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측은 “임대보증금 보증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도 선택제였다가 결국 소급 적용으로 의무화된 전례가 있어 같은 길을 갈 것을 우려한다”고 공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단, 이는 시장 우려이고 입법예고문에는 의무화나 확대 일정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4. 보증보험과 무엇이 다른가 — 항목별 비교
같은 HUG가 운영하는 두 제도를 한자리에 놓고 비교해야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 구분 | HUG 보증보험 (현행) | 전세 신탁 (신설) |
|---|---|---|
| 자금 위치 | 임대인 보유 | HUG 신탁계정 예치 |
| 사고 시 절차 | 사고 → 청구 → 심사 → 대위변제 | 즉시 반환 |
| 반환 소요 기간 | 수개월 | 즉시 |
| 법적 보호 | 보증채무 관계 | 신탁법 제22조 (강제집행 차단) |
| 임대인 자금 활용 | 가능 (보증금으로 다른 투자) | 불가 |
| 임대인 비용 | 보증료 0.115% ~ 0.154% | 모수 줄어 보증료 절감 + 신탁 운용수익 배당 |
| 적용 대상 | 등록임대사업자 (의무) | 등록임대사업자 (선택) |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자금이 누구 손에 있느냐입니다. 보증보험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보유하고 있고 HUG는 사고 발생 시 그 빚을 대신 갚아주는 보증인 역할입니다. 신탁은 처음부터 HUG가 보증금을 가지고 있어서 임대인이 손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임대인 입장에서는 신탁이 보증보험보다 훨씬 부담스럽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신탁이 보증보험보다 훨씬 안전합니다.
이 비대칭성이 제도의 핵심이자 동시에 한계입니다. 임대인이 신탁을 선택할 유인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는 두 가지 인센티브를 설계했습니다. 첫째, 신탁한 만큼 보증보험 가입 대상 금액(모수)이 줄어들어 보증 수수료가 낮아집니다. 둘째, HUG가 신탁자금을 안전자산에 운용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배당합니다. 다만 그 수익률이 임대인이 보증금을 직접 굴려서 얻는 기대수익률(예 : 다른 부동산 매수, 채무 상환 효과)보다 낮을 가능성이 커서 시장의 평가는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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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탁법 제22조의 진짜 무기 — 강제집행 차단
전세 신탁이 보증보험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는 신탁법이라는 별개의 법률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신탁재산은 위탁자(임대인)의 일반 재산과 분리되어 보호받습니다. 이 보호의 핵심 조항이 신탁법 제22조 제1항입니다.
신탁법 제22조 제1항 (시행 2018.11.1)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이하 “강제집행등”이라 한다) 또는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문이 의미하는 바는 결정적입니다.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빚을 졌더라도, 그 채권자가 신탁된 보증금을 압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임대인이 사업에 실패해 파산해도, 국세 체납이 누적되어도, 신탁된 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돌아갑니다. 보증보험에는 없는 차원의 보호입니다.
다만 단서 조항도 있습니다.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는 예외입니다. 이미 임대인 명의로 잡혀 있던 근저당이나, 신탁 직전에 발생한 채무에 기한 권리는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신탁이 들어가도 임대 시점의 권리관계 점검은 여전히 임차인의 몫입니다.
6. 한국에서 작동할까 — 영국 TDP와의 결정적 차이
비슷한 제도가 영국에 있습니다. Tenancy Deposit Scheme(TDP), 1988년 주택법(Housing Act)을 토대로 2004년 주택법으로 의무화되어 2007-04-06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받은 후 30일 안에 정부 인증 기관에 예치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보증금의 1배에서 3배까지 벌금이 부과되며 임차인에 대한 퇴거 통지(Section 21)도 불가능해집니다. 한국 신탁 제도가 모델로 삼은 사례입니다.
다만 영국 사례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오기에는 한 가지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보증금의 절대 규모가 다릅니다.
| 구분 | 영국 TDP | 한국 전세 신탁 |
|---|---|---|
| 보증금 규모 | 월세 1~2개월치 (Tenant Fees Act 2019에서 5주분 상한) | 집값의 50~70% |
| 임대인 자금 성격 | 담보 (사실상 사용 X) | 유동성 자금 (다른 투자 · 채무 상환에 활용) |
| 의무 여부 | 전 임대인 의무 (위반 시 벌금) | 등록사업자 선택제 |
| 시장 충격 | 거의 없음 | 월세 전환 가속 우려 |
영국 임대인에게 보증금은 처음부터 “쓰지 못하고 보관만 하는 돈”이었기 때문에 의무 예치로 바뀌어도 시장 충격이 미미했습니다. 반면 한국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은 다른 부동산을 사거나, 기존 채무를 갚거나, 사업자금으로 돌릴 수 있는 유동성이었습니다. 이 자금을 묶어버리면 전세를 놓을 유인이 사라집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점을 일관되게 지적합니다. “보증금을 신탁사에 맡기면서까지 전세를 놓을 임대인은 사실상 사라질 것”(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다세대 · 다가구 시장의 거래 위축과 함께 월세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는 분석이 시장의 다수 의견입니다.
이 우려는 시행령이 선택제를 채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부도 한국 전세의 특수성을 알고 있고, 일단은 등록임대사업자 한정으로 작게 시작해서 시장 반응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7. 같은 ‘신탁’이라도 정반대 — 신탁부동산 임대차 사고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신탁”이라는 단어가 같다고 해서 다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신탁부동산 임대차는 보증금이 사라지는 대표적 사고 영역입니다.
두 신탁의 정반대 성격
신설 전세 신탁은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HUG가 위탁자가 되어 임차인을 수익자로 두는 구조입니다. 반대로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신탁부동산은 임대인이 부동산을 담보로 신탁회사에 맡긴 것이고, 임차인은 그 구조 안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놓입니다. 같은 단어가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흔한 사고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인(위탁자)이 자기 부동산을 신탁회사(수탁자)에 신탁등기 해두고서,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합니다. 임차인은 등기부에 신탁이 잡혀 있는 줄 모르고, 또는 알더라도 “어차피 임대인 명의니까 괜찮겠지”라고 판단해서 보증금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의 진짜 소유자는 신탁회사이고, 임대권한도 신탁회사에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 발생한 분쟁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정리된 결과가 다음 판례입니다.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4327 판결
“신탁관계가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 · 확인을 거쳐, 중개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신탁관계 설정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 즉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수탁자이고, 임대인 소유 아닌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것이며, 수탁자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수탁자에게 임대차계약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 판례의 의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인중개사에게 적극적 설명의무가 있습니다. 신탁부동산 임대차를 중개하면서 신탁원부 자체를 제시하지 않거나, “수탁자 동의 없으면 대항력 없음”을 설명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이미 신탁부동산 임대차계약을 한 상태에서 보증금을 떼였다면, 중개를 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임차인 본인의 확인 의무도 강화됩니다. 등기부에 신탁이 잡혀 있는 부동산이라면, 계약 전에 반드시 신탁원부를 떼어 보고 수탁자(신탁회사) 명의로 계약하거나 수탁자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위탁자(임대인) 명의 계약은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실무에서 흔한 오해
신탁부동산이라도 위탁자가 임대인 명의로 계약하면 어차피 등기부에 위탁자 이름이 있으니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틀렸습니다. 신탁등기가 잡힌 순간부터 부동산의 법적 소유자는 신탁회사이고, 위탁자(원소유자)에게는 임대권한이 없습니다. 위탁자와 체결한 임대차는 신탁회사 동의 없이는 신탁회사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신설 전세 신탁이 도입된다고 해서 이 사고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두 제도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서 작동합니다. 이미 시장에 깔린 신탁부동산은 그대로 남아 있고,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차 사고도 그대로 남습니다. 신탁 = 안전이라는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관련 사례 대응 절차는 전세 사기 대처법 — 피해 즉시 해야 할 5단계와 법적 구제 절차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8. 그래서 지금 내 보증금을 지키는 5가지 방법
전세 신탁이 본격 가동되더라도 일반 전세 거래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러면 임차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한눈 정리 — 보증금 보호 5가지 (지금 가능한 것부터)
① 대항력 · 확정일자 : 전입신고 + 확정일자. 가장 기본이자 가장 강력한 1차 방어선.
②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 보증료 0.115%~0.154%, 사회배려계층 최대 60% 할인.
③ 임차권등기명령 : 보증금 미반환 시 이사 전에 반드시. 대항력 · 우선변제권 유지.
④ 신탁부동산 회피 또는 수탁자 직접 계약 : 신탁등기 있으면 신탁원부 확인 + 수탁자 명의로.
⑤ 전세사기특별법 1/3 보장 : 2026-04-23 본회의 통과, 2026년 10월경 시행 예정.
① 대항력과 확정일자 — 가장 기본이자 가장 강력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근거한 대항력(전입신고)과 우선변제권(확정일자)은 모든 전세 보호 장치의 토대입니다. 둘 다 무료이고, 즉시 가능합니다. 신탁이든 보험이든 이 기본을 갖추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②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이미 운영 중인 제도입니다. 보증료율은 0.115%부터 0.154% 사이이고, 부채비율(선순위 채권금액 + 전세보증금 ÷ 주택가액)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소득 · 다자녀 · 장애인 · 고령자 등 사회배려계층은 최대 60%, 모범납세자 · 전자계약 · 비대면보증 · 일시납 대상자는 최대 10%까지 할인됩니다.
③ 임차권등기명령 — 이사 전 반드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한다면, 이사 전에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를 옮기는 순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절차와 비용은 임차권등기명령 비용과 절차 — 이사 전에 반드시 해야 할 한 가지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④ 신탁부동산 회피 또는 수탁자 직접 계약
등기부에 신탁등기가 잡힌 부동산은 일단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래도 계약하려면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수탁자(신탁회사) 명의로 계약하거나, 수탁자가 발행한 임대차 동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위탁자(원소유자) 명의 계약은 사고의 출발점입니다.
⑤ 전세사기특별법 1/3 보장 — 사고 후의 마지막 안전망
2026-04-23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임차보증금의 최소 1/3을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보장제와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한 선지급 후정산을 도입했습니다. 시스템 구축 기간을 거쳐 2026년 10월경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사고가 이미 난 분들에게는 마지막 구제 수단입니다. 보증금 회수를 위한 민사 절차가 필요한 경우는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 비용 — 지급명령과 민사소송, 어떤 게 유리할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FAQ
전세 신탁 제도가 시행되면 일반 개인 전세 계약도 영향을 받나요?
아니요. 이번 제도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상 등록임대사업자에게만, 그것도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선택제입니다. 일반 개인이 개인에게 빌려주는 전세 거래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 의무화 · 소급 적용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입법예고문에는 그런 일정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가입된 HUG 보증보험이 있는데 신탁으로 바꿔야 하나요?
임차인 입장에서는 바꿀 수 있는 결정 권한이 없습니다. 신탁 전환은 임대인(등록임대사업자)이 결정하는 사항이고, 임대인이 신탁을 선택하면 보증보험 모수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임차인이 별도로 행동할 일은 없습니다.
신탁된 보증금은 임대인 채권자가 압류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압류할 수 없습니다. 신탁법 제22조 제1항이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보전처분, 국세 체납처분을 모두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 신탁 전부터 존재했던 권리(예 : 임대인이 신탁 전에 이미 진 빚)는 예외입니다. 그래서 임대 시점의 권리관계 확인은 여전히 임차인의 몫으로 남습니다.
신탁부동산 임대차에서 이미 보증금을 떼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두 갈래로 접근합니다. 첫째, 위탁자(임대인)에 대해서는 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이 가능합니다. 둘째, 중개를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서는 신탁원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3다224327 판결). 다만 공인중개사 책임은 입증 부담이 있으니, 계약 당시 어떤 설명을 받았는지 · 받지 않았는지를 정리해두시는 것이 시작입니다. 사안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1차 상담을 통해 본인 사례에 맞는 대응 순서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는 이름이 무겁고 뉴스 헤드라인이 단호하지만, 시행령 한 줄로 시작되는 작은 변화입니다. 등록임대사업자에게 길을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일 뿐, 일반 전세 거래의 게임 규칙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이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내 보증금이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 보증금을 지키는 길은 여전히 단순합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빠짐없이 갖추고,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신탁부동산은 원부를 확인한 뒤에 결정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다. 이 네 가지가 신탁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변치 않을 1차 방어선입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이 글에서 다룬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와 신탁부동산 임대차 검토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 검토가 필요하시면, 법무사가 등기부와 신탁원부를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각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법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법무사 김재성
HP 010-5727-8000
대한법무사협회 등록(등록번호 : 제6509호)
소속 : 대전세종충남지방법무사회
※ 전세 보증금 신탁제도는 시행령 확정 일정에 따라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2026년 5월 기준 입법예고문과 관련 법령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은 개별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