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을 본 다음, 무엇이 남는가
안녕하세요, 법무사 김재성입니다.
지난 호에서 한국 상법 27년 만의 개정 이야기를 짧게 나눴습니다. 이번 호는 그 개정이 포함된 「2025년 상법 개정 패키지」가 한국 주식시장에 만든 풍경을 숫자로 살펴봅니다.
202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8개월 사이, 한국 상법은 세 차례 개정됐습니다 — 1차 이사 충실의무(2025-07-22) · 2차 집중투표·감사위원(2025-09-09) · 3차 자기주식 의무 소각(2026-02-25). 시장이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3차였습니다.
자사주 46조 원, 소각이 처분을 처음 추월하다
2026년 2월 25일 상법 3차 개정, 1년 안에 강제 소각
2026년 5월 15일, 코스피가 8,000을 넘었습니다. 7,000을 처음 돌파한 게 5월 6일이니, 7,000에서 8,000까지 7거래일이 걸렸습니다. 1999년 IMF 직후 V자 반등 이후 26년 만의 속도입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39% 근처까지 올랐습니다 — 2006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이 풍경의 동력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AI 산업 호황으로 반도체 빅2(삼성전자 ·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폭증했고, 미국 금리 인하 기대로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했으며, 일본 닛케이 동조화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 위에 한국 고유의 동력이 하나 더 얹혀 있었습니다 — 자기주식 의무 소각입니다.
2026년 2월 25일 통과된 상법 3차 개정으로, 상장사는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해야 합니다. 시행 이전에 보유하던 자사주도 1년 6개월 안에 소각해야 합니다. 시행 후 약 3개월 사이 상장사가 발표한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46조 원에 이릅니다(2026년 5월 기준). 같은 기간 「소각 결정」 건수가 「처분 결정」 건수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자사주는 의결권 · 신주인수권 · 배당권이 모두 정지된 주식입니다. 그것이 소각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고, 같은 회사의 이익을 더 적은 주주가 나눠 갖는 구조가 됩니다. EPS(주당순이익)와 배당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메커니즘입니다.
자세히 읽기삼성전자의 선택 — 자기주식을 임금으로
2026년 5월 21일 노사 잠정 합의, 반도체 특별성과급 전액 자사주 지급
2026년 5월 21일,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도달했습니다. 핵심은 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자기주식으로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 · 2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방식입니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의 경우 기존 OPI와 합산해 연봉 1억 원 기준 최대 6억 원 수준의 성과급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 합의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① 회사 측면 —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들고 있을 수 없게 된 자기주식의 출구 하나를 찾았습니다. ② 직원 측면 — 미래 주가 상승의 직접 수혜자가 되고, 동시에 회사에 대한 장기 인센티브가 자동으로 묶입니다.
자사주가 「방어 무기」였던 시대에서 「임금 도구」로 자리를 옮기는 모습입니다. 다른 대기업도 유사한 방향을 검토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상장 중소법인 자문 자리에서도 「임직원 보상 자사주 활용」 문의가 늘어날 흐름입니다.
자세히 읽기지수가 8,000을 넘었어도 상장사 63.5%는 여전히 PBR이 1 미만입니다. 같은 자산을 가진 회사라도 시장에서 청산가치 아래로 평가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랠리는 반도체 두 회사에 집중되어 있고, 그 외 종목 보유자는 「내 종목은 왜 안 오르나」를 묻는 시기입니다.
그래도 메커니즘은 작동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위하여」 한 줄 옆에 「및 주주」가 추가됐고, 자기주식의 운명이 「방어 무기」에서 「소각 또는 임금 도구」로 옮겨 가는 변화는 분명히 시작됐습니다.
8개월에 세 차례 개정된 상법이 한국 자본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변화의 결과 중 일부는 이미 1,410만 명의 계좌 잔고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법은 한 줄 바뀌었을 뿐인데, 결과는 1,410만 명의 계좌까지 내려옵니다.
자사주 소각 후에도 자본금은 그대로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는 줄지만,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됩니다(상법 제343조). 자본금은 채권자 보호를 위한 법정 최소 자본이므로, 회사가 임의로 줄일 수 없습니다.
자사주 소각 — 발행주식 수만 감소. 자본금 그대로. 채권자 공고 불필요.
감자(減資) — 자본금 자체를 감소. 채권자 보호 공고 필수(상법 제232조).
소각된 만큼은 회계상 「자본준비금」 또는 「이익잉여금」 항목에서 처리됩니다. 자본금 액수는 그대로지만 자본의 「구성」이 바뀌는 셈입니다.
이 점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 자사주 소각이 「감자」와 동일한 효과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식 수는 줄지만 자본금은 그대로이므로, 채권자 입장에서는 회사의 최소 자본 방패가 변하지 않습니다. 일반 감자처럼 까다로운 채권자 보호 절차가 없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의무 소각 제도의 실효성을 떠받칩니다.
다음 호 주제는 추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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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무사협회 등록(제65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