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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법률 브리핑 008호 | 회사가 나서지 않으면, 주주가 대신 나선다

008호2026.06.152026년 6월 3주차

회사가 나서지 않으면, 주주가 대신 나선다

안녕하세요, 법무사 김재성입니다.

형제가, 또는 오랜 동업자가 함께 세운 회사를 떠올려 봅니다. 한 사람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는 지분을 나눠 가집니다. 처음에는 한 식구처럼 굴러갑니다. 그러다 상속이나 세대교체, 때로는 사소한 다툼을 계기로 사이가 벌어지면, 회사를 둘러싼 풍경이 달라집니다.

대표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느끼는 주주가 생깁니다. 그런데 그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회사를, 정작 그 대표가 쥐고 있습니다. 회사가 움직일 리 없습니다. 이럴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나서는 길이 있습니다. 주주대표소송입니다.

2025년 7월, 상법의 한 조항이 바뀌었습니다. 이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를 위하여’ 충실해야 한다고 적혀 있던 자리에,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두 글자가 더해졌습니다. 1998년에 만들어진 뒤 27년 만의 첫 개정이었습니다.

조문은 두 글자 늘었을 뿐이지만, 질문 하나가 따라옵니다. 이사가 그 의무를 어겼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물을까요.

회사를 대신해 주주가 소송을 낸다

원래 이사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그 책임을 묻는 일은 회사의 몫입니다. 그런데 손해를 끼친 이사가 여전히 경영을 쥐고 있으면, 회사가 자기를 끌고 가는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 리 없습니다.

그래서 상법은 주주에게 회사를 대신해 소송을 낼 권한을 줍니다. 이것이 주주대표소송입니다. 비상장회사는 발행주식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먼저 회사에 “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 서면으로 청구하고, 회사가 30일 안에 움직이지 않으면 그때 주주가 직접 소송을 냅니다. 이겨서 받아내는 배상금은 소송을 낸 주주가 아니라 회사로 들어갑니다. 회사가 입은 손해를 회사에 되돌리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송을 냈다고 해서 이사가 곧바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앞에 경영판단원칙이라는 벽이 있습니다.

법에 적힌 조항은 아닙니다. 법원이 오래 세워 온 원칙입니다. 이사가 충분히 알아보고, 회사에 이롭다고 합리적으로 믿고, 성실하게 내린 판단이라면, 결과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주가 “이사가 잘못했다”를 입증하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숫자가 이를 보여줍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997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선고된 주주대표소송 판결을 전수조사했더니 모두 294건, 그중 본안에서 다툰 사건의 인용률은 약 34.5%였습니다. 청구한 금액을 다 합쳐도 실제 인정된 금액은 5.6%에 그쳤습니다. 무기는 있지만, 실제로 책임을 묻기까지는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상장사보다 가족회사에 더 가까운 이야기

주주대표소송이라고 하면 큰 상장회사와 행동주의 펀드의 일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정작 더 가까운 쪽은 주주가 가족 몇 사람뿐인 비상장 회사입니다.

상장회사에서는 0.01%라는 지분이 문턱이 됩니다. 비상장 가족회사에서 1%는 사실상 문턱이 아닙니다. 가족 주주는 보통 몇 %에서 수십 %씩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이가 틀어진 형제, 증여로 주식을 받은 자녀, 갈라선 동업자 가운데 한 사람이 마음먹으면, 회사 이름으로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그 대표가 회사를 일군 본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이사를 지키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라 ‘좋은 절차를 밟았다는 기록’입니다. 경영판단원칙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알아봤고 합리적인 근거 위에서 성실히 판단했다는 흔적, 곧 이사회 의사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회의도 없이 ‘전원 찬성’이라는 한 줄만 적힌 의사록은, 정작 다툼이 벌어진 날 이사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법무사의 한마디

22년 동안 법무사 일을 하면서 가족이나 동업으로 운영되는 작은 법인을 자주 만났습니다. 사이가 좋을 때는 의사록이든 절차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문제는 늘 사이가 틀어진 다음에 터집니다.

그날이 오면, 지난 몇 해의 이사회 결의가 하나씩 다시 들춰집니다. 그때 회사를 지키는 것은 화려한 대비가 아니라, 결정할 때마다 절차를 지키고 그 과정을 의사록에 남겨둔 기록입니다. 평소엔 번거로워 보여도, 멀리 보면 가장 값싼 대비입니다.

이사를 지키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라 ‘좋은 절차를 밟았다는 기록’입니다.

법률 상식 ·#008

주주대표소송, 누가 낼 수 있나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은, 지분 요건을 갖춘 주주만 낼 수 있습니다.

비상장회사 —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가진 주주.
상장회사 — 6개월 전부터 계속 0.01% 이상을 보유한 주주(특례). 1% 이상이면 보유 기간과 무관하게 가능.

먼저 회사에 서면으로 청구하고,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내지 않으면 주주가 직접 냅니다. 다만 소송에 드는 인지대 · 변호사 비용을 본인이 먼저 부담하고, 이겨도 돌려받는 비용은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들일 돈과 받을 돈을 먼저 가늠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 주주대표소송,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길
제소 요건과 절차, 경영판단원칙이라는 벽, 비상장 가족법인이 챙길 것을 정리한 글입니다.

다음 호 예고

다음 호 주제는 추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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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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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법무사협회 등록(제6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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